2009년 2월 19일 목요일

오쿠다 히데오- '최악'

우선 낚이신 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최악
난 단지 오쿠다 히데오씨의 최악을 읽었을뿐이다.

최악의 상황이란 어떤것일까.개인적으로 생각할때 하드디스크가 날라가는것보다 극악의 상황은 없다고 보지만, 이 책에서는 그보다 더하다고 추정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선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신지로. 세상에 찌든 전형적인 4-50대의 모습이다. 재하청을 받아 간신히 운영해 나가는 공장. 거기에 소음으로 클레임을 걸어오는 주위 아파트의 사람들.
다음은 여자 은행원, 미도리. 전형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여성. 성추행을 당하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괴 소문으로 떠돌고..
마지막 주인공, 가즈야. 백수 건달로 살다가 도둑질 한번으로 야쿠자와 안좋은 관계를 맺게 되고,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인생에 최악의 순간은 누구나 다 한번쯤 있기 마련. 그 상황을 어떻게 넘기냐가 관건인것이다. 돈문제, 인간관계, 체면...이 모든것을 전부 건지며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최악의 상황은 그중 하나를 포기해야되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를 건지며 그 상황마저 모면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는 항상 인생이 그렇듯 어렵다.

그 상황에서 무엇을 포기할것인가. 극한까지 몰린이들이 무엇을 선택할지는 아무도 모르는일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여러등장인물들을 극한까지 몰아넣고 그들의 선택을 보여준다. 은행을 터는것을 도와주고, 은행털이범을 찾아온 야쿠자에 총에 맞고... 아이러니한것은 총에 맞고 '해방감'을 느낀 신지로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한번 쯤은 그런 생각을 해봤을지 모른다. 회사에 가며, 학교에 가며, '아, 오늘도 피곤한 하루가 시작되는구나..차라리 사고나 나서 병원에 눌러앉아 봤으면..'하고. 그런것을 보면 우리는 매일매일이 극한의 상황일지 모른다.

오쿠다 히데오..나는 이작가를 만나면 정말 할말이 많은 사람중 한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이로부 시리즈는 괜찮고, 또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왜 별로인가..그건 이작가가 글을 푸는 능력이다. 이로부 시리즈의 경우, 짤막한 단편이 아주 강한 주제를 갖고 글이 풀어진다. 그러나 이 책은 기대를 할만하게 하는 무언가가 없는편이다.(어느정도 읽히는 책이긴하다) 좀더 해피앤딩이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을정도로 결말이 흐지부지하다. 누구의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고 그저 유예되었을뿐이다. 단언컨데, 이 작가는 앞으로 이로부 시리즈 같은 코믹한 주제를 더 다루어야 한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도 코믹이 가미되 어느정도 괜찮았고 사실 이 작가의 책들중 실망한 유일한 책이 이책이다.

어쩌면 이책에는 '강한 주제'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남쪽으로 튀어'의 경우에도 아나키스트 아버지라는 주제가 있었고 그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책,'최악'에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주제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제목이 '최악'이 아닌 다른것이었다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제목이 마이너스가 되는것이다. 최악이라는 제목인만큼 최악을 보여줘야하는데 이책에서는 그냥 '우유부단한 소심한 일본인'을 보여주고 있다.

혹시, 일본에서는 저런것이 최악의 상황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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